혈관성 치매는 뇌로 가는 피가 줄어서 생기고,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 속에 비정상 단백질이 쌓여서 생깁니다. 원인이 달라서 증상도 보통 다르게 시작합니다. 혈관성 치매는 계획하고 판단하는 힘이 먼저 흔들리는 경우가 있고, 계단처럼 갑자기 나빠질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는 방금 들은 일을 잊는 것부터 시작해 여러 해에 걸쳐 천천히 나빠집니다. 다만 두 가지를 함께 앓는 사람도 많아서 집에서 증상만 보고 어느 쪽인지 가를 수는 없습니다.
혈관성 치매는 왜 생기나요?
뇌세포는 피를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받는데, 어느 부위로 가는 피가 막히거나 줄면 그 부위 세포가 상하고 끝내는 죽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를 혈관성 치매라고 합니다.
피가 줄어드는 경로는 크게 셋입니다.
- 뇌 속 작은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
- 한 번 크게 온 뇌졸중
- '미니 뇌졸중'이 여러 번 반복되는 경우 — 잠깐 피가 막혔다가 풀리는 일로, 일과성 허혈발작이라고 부름
이런 혈관 문제는 고혈압·당뇨·흡연·과체중과 함께 오는 일이 많습니다. 몸 어디든 혈관을 망가뜨리는 병은 뇌에도 같은 변화를 남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혈관성 치매는 심장병·뇌졸중과 위험 요인이 겹치고, 나이가 많은 것도 큰 위험 요인입니다.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드시는 부모님이라면 혈관성 치매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에서 무슨 일이 생기나요?
알츠하이머병은 기억·생각·행동에 영향을 주는 치매로, 치매 가운데 가장 흔합니다. 이 병에 걸린 뇌에는 두 가지 단백질이 쌓입니다.
- 신경세포 사이 —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 조각이 뭉쳐 쌓임(아밀로이드 판)
- 세포 안 — 타우라는 단백질이 실타래처럼 꼬여 쌓임(타우 엉킴)
집에 비유하면 혈관성 치매는 수도관이 막혀 일부 방에 물이 끊기는 것이고, 알츠하이머는 방 안에 치울 수 없는 짐이 계속 쌓이는 것에 가깝습니다. 혈관성 치매는 피가 다니는 길의 문제, 알츠하이머는 뇌 안에 쌓이는 것의 문제라고 기억하면 쉽습니다.
두 치매는 첫 증상이 어떻게 다를까요?
부모님과 같이 살다 보면 "요즘 좀 이상하신데?" 싶은 순간이 오는데, 어떤 모습이 먼저 보이는지가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는 새로 배운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흔한 첫 증상입니다. 오래전 일은 또렷이 말씀하시는데 오늘 아침 통화 내용이나 어제 정한 약속을 자꾸 잊는다면 이 경우에 가깝습니다.
혈관성 치매는 작은 혈관 병이 뇌에 넓게 퍼지면 계획과 판단부터 흐려지는 일이 많습니다. 늘 하던 장보기 순서를 못 짜시거나 공과금 정리 같은 일에서 엉뚱한 결정을 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도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주의력이 떨어지고 한 가지에 집중하기 어려워짐
- 말하다가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음
- 생각이 전보다 느려짐
- 기분이나 성격이 달라짐, 웃음이나 울음을 참기 힘들어짐
- 걷기가 불편해지고 균형을 잘 못 잡음
혈관성 치매에서는 기억력 저하가 늘 눈에 띄지는 않지만, 기억을 맡은 부위가 다치면 알츠하이머와 거의 똑같이 기억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건망증이 없으니 치매는 아니겠지" 하고 넘기면 안 됩니다.
큰 뇌졸중이 지나간 뒤라면 증상이 갑자기 나타납니다.
- 갑자기 혼란스러워하거나 여기가 어딘지 모르심
- 말을 못 하거나 말을 못 알아들으심
- 걷거나 균형을 잡기 어려움
- 몸 한쪽이 저리거나 마비됨
이런 변화가 갑자기 생겼다면 기다리지 말고 119에 연락하세요.
나빠지는 속도는 어떻게 다를까요?
알츠하이머는 증상이 여러 해에 걸쳐 조금씩 나빠집니다. 어제와 오늘은 차이가 거의 없는데, 몇 해 전과 비교하면 달라져 있는 식입니다.
혈관성 치매는 갑자기 시작되기도 하고 천천히 진행되기도 하며, 계단식으로 나빠질 수 있습니다. 어느 날 눈에 띄게 나빠졌다가 한동안은 증상이 크게 변하지 않고, 그러다 다시 한 번 뚝 떨어지는 식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두 치매의 차이를 표로 모으면 이렇습니다.
| 구분 | 혈관성 치매 | 알츠하이머 치매 |
|---|---|---|
| 원인 | 뇌로 가는 피가 막히거나 줄어 뇌세포가 손상됨 | 베타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이 뇌에 쌓임 |
| 흔한 첫 신호 | 계획·판단 장애, 주의력 저하, 생각이 느려짐 | 새로 배운 정보를 기억하지 못함 |
| 기억력 저하 | 늘 두드러지지는 않음(부위에 따라 다름) | 처음부터 두드러짐 |
| 몸 증상 | 걷기·균형 곤란, 뇌졸중 뒤 한쪽 마비 가능 | 초기에는 드묾 |
| 진행 | 갑자기 또는 천천히, 계단식 악화 | 여러 해에 걸쳐 서서히 |
| 관련 위험 요인 | 고혈압, 당뇨, 흡연, 과체중, 나이 | 나이 등 |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가 함께 올 수도 있나요?
그렇습니다. 혈관 때문에 생긴 뇌 변화는 알츠하이머 같은 다른 치매의 뇌 변화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혼합형 치매라고 합니다. 혈관성 치매 환자 가운데에도 알츠하이머병을 함께 앓는 사람이 많습니다.
치매 가운데 각 유형이 차지하는 비율은 이렇습니다.
- 혈관성 치매만 있는 사람: 치매 환자의 약 5~10%
- 알츠하이머: 전체 치매의 60~80%
혈관성 치매가 실제보다 덜 진단되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많습니다.
가족 입장에서는 "알츠하이머라고 들었으니 혈관 관리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둘이 겹쳐 있을 수 있으니 혈압·당뇨 관리는 어느 쪽 진단을 받았든 계속 챙기세요.
치료와 관리는 무엇이 다를까요?
두 치매 모두 아직 완치법은 없지만, 치료의 방향은 다릅니다.
혈관성 치매는 원인이 되는 혈관 병을 다스려 진행을 늦추는 것이 목표이고, 여기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갑니다.
- 식사와 체중 관리
- 금연과 절주
- 꾸준한 운동
- 약 복용 — 고혈압, 높은 콜레스테롤, 혈전(핏덩어리)을 다스리는 약
혈관성 치매 증상만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약은 따로 없고, 일부 알츠하이머 증상 약이 약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쪽에는 쌓이는 단백질을 직접 겨냥하는 약이 나와 있습니다. 아밀로이드를 겨냥하는 도나네맙과 레카네맙은 초기 알츠하이머에서 인지 기능과 일상생활 능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췄습니다. 이 효과는 초기 알츠하이머에서 나타난 것입니다.
혈관성 치매와 관련된 질환과 생활 습관을 관리하면 나중에 치매가 생길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위험이 정확히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걷기와 치매 위험 연구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걷기가 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기사를 보면 어떤 치매를 말하는지 궁금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2022년 영국 연구입니다. 40~79세 약 7만 8천 명이 손목에 활동 측정기를 차고 생활했습니다. 그 결과 하루 약 9,800보를 걸은 사람은 치매 위험이 약 50% 낮았습니다.
이 결과는 두 가지를 알고 읽어야 합니다.
- 관찰연구라는 점 — 많이 걷는 사람이 치매에 덜 걸렸다는 관계를 보여 줄 뿐, 걷기 하나만으로 위험이 반으로 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음
- 치매 유형을 가리기 어려웠다는 점 — 줄어든 위험이 알츠하이머인지 혈관성 치매인지 나눠 보기 어려움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따로 나눈 연구를 볼 때는 원인이 다르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당뇨·과체중 같은 혈관 위험 요인과 바로 이어져 있고, 운동은 그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갑자기 달라졌는지가 첫 번째 단서입니다
혈관성 치매는 혈관이 막혀 생기고, 판단력 저하나 계단식 악화로 드러나는 일이 많습니다. 알츠하이머는 단백질이 쌓여 생기고 최근 기억부터 서서히 흐려집니다.
부모님이 어느 날 갑자기 말이나 걸음이 달라지셨다면 뇌졸중 같은 혈관 문제 때문일 수 있습니다. 몇 달에서 몇 년에 걸쳐 깜빡하는 일이 늘었다면 그 변화를 기록해 두었다가 진료 때 보여 드리세요. 두 가지가 겹치는 경우도 많으니 어느 쪽 진단을 받았든 혈압·당뇨 관리는 꾸준히 이어 가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고, 실제 진단과 치료는 진료하는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