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처리치료는 사고나 외상을 겪은 뒤 머릿속에 남은 '내 탓이야', '세상은 위험해' 같은 생각을 바꾸는 대화 치료입니다. 이런 생각을 실제 사실과 하나씩 맞춰 보면서 고쳐 나가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효과가 좋은 치료로 손꼽히고 보통 12회기에 걸쳐 받습니다. 미국 군인·재향군인 연구에서는 머리를 다쳐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진 사람도 효과를 봤습니다. 다만 지금 그런 증상이 남아 있다면 집단보다 일대일로 받을 때 결과가 더 좋았습니다.
인지처리치료는 어떤 치료인가요?
교통사고를 겪고 회복하는 동안 "그날 내가 그 길로만 안 갔어도"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도는 경우가 있습니다. 끔찍한 일을 겪고 나면 이렇게 자기를 탓하거나, 세상이 위험한 곳이라고 믿게 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일어난 일이 내 탓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으면 PTSD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예전에 즐기던 활동도 놓칠 수 있습니다.
인지처리치료(CPT)는 바로 이런 생각을 겨냥합니다. 먼저 외상에 관해 마음을 괴롭히는 생각을 꺼내 놓습니다. 그리고 사실이 그 믿음을 정말 뒷받침하는지 따져 보고, 다른 관점이 더 맞지는 않은지 스스로 판단하는 법을 배웁니다. 약이나 기계는 쓰지 않고, 치료자와 이야기하고 글을 쓰면서 진행합니다.
이 치료는 1988년 미국 미주리대학교 세인트루이스 캠퍼스에서 패트리샤 레식 박사가 처음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일대일 개인 치료로도,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집단 치료로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인지처리치료는 몇 번, 얼마나 받나요?
기본은 12회기이고, 한 번에 걸리는 시간과 사람 수는 개인이냐 집단이냐에 따라 다릅니다.
| 구분 | 개인 치료 | 집단 치료 |
|---|---|---|
| 한 회기 시간 | 60분 | 90분 |
| 함께하는 사람 | 치료자와 단둘이 | 치료자 1~2명, 참여자 약 6~10명 |
| 기본 횟수 | 12회기 | 12회기 |
| 진행 속도 | 주 1회면 약 3개월, 주 2회면 6주 | 같음 |
주 1회씩 3개월 동안 받는 경우가 흔하지만, 가능하면 6주 동안 주 2회씩 받으라는 권고도 있습니다. 좋아지는 정도를 보며 횟수를 조절하는 방식에서는 민간인 참여자 대부분이 평균 9회기 정도를 받았습니다. 18회기까지 필요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즉, 12회기는 출발점이고 회복 속도에 따라 더 일찍 끝나거나 조금 길어질 수 있습니다. 치료를 시작할 때 일정이 주 1회인지 주 2회인지 미리 물어 두면 직장이나 재활 일정과 맞추기 쉽습니다.
12번의 만남에서 무엇을 하나요?
치료는 크게 다섯 갈래로 흘러갑니다.
- 처음 몇 회기는 설명 듣고 첫 글 쓰기 — 치료자가 PTSD가 무엇인지, 치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 줍니다. 외상에 대해 묻기는 하지만 자세히 말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글로 적는데, 이 글을 '영향 진술문'이라고 부릅니다. 가장 힘들었던 사건이 왜 일어났다고 생각하는지, 그 일이 나와 세상에 대해 무엇을 말해 준다고 느끼는지를 쓰는 글입니다.
- 2회기에 걸림 지점 옮겨 적기 — 영향 진술문 속에서 마음이 걸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붙잡는 생각을 찾아 기록지에 옮깁니다. 이런 생각을 '걸림 지점'이라고 하고, 이 기록지는 치료가 끝날 때까지 계속 씁니다.
- 3회기 무렵, 원하면 사건을 자세히 적기 — 외상 장면을 자세히 적어 집에서 읽어 보고 다음 회기에 소리 내어 읽기도 합니다. 이 과정은 선택이라 하지 않아도 됩니다.
- 후반에는 다섯 가지 주제 다루기 — 외상으로 흔히 흔들리는 안전, 신뢰, 통제, 자존감, 친밀감을 하나씩 짚어 봅니다.
- 회기 사이에는 과제 하기 — 글쓰기 과제와 집에서 채우는 활동지로 배운 기술을 연습합니다.

3번 단계에서 "사고 장면을 다시 떠올려 적는 건 자신이 없다"고 걱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치료 구성 요소를 나눠 비교한 연구에서는 사건을 자세히 적는 글쓰기를 뺀 방식이 오히려 효과가 가장 좋았습니다. 그러니 이 단계가 부담스럽다면 치료자에게 빼고 진행하고 싶다고 말해도 됩니다.
반대로 5번 과제는 건너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회기 사이에 들이는 노력이 클수록 얻는 것도 많은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 탓' 생각은 어떻게 따져 보나요?
걸림 지점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흐름은 비슷합니다. 성폭력 생존자에게서는 자기를 탓하는 생각이 많이 나왔습니다. 군인에게서는 "모두가 자기 일을 제대로 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같은 믿음이 흔했습니다.
앞의 교통사고로 돌아가 보면, "사고는 내가 조심하지 않아서 났다"는 생각이 걸림 지점이 됩니다. 기록지에는 이 문장을 그대로 두지 않고 둘로 나눠 적습니다. 그날 실제로 일어난 일은 사실 칸에, "그러니 내 탓이다"는 생각 칸에 씁니다. 그 생각이 들 때 따라오는 감정도 함께 적어 두면, 생각과 감정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눈으로 보게 되는 셈입니다.
그다음 치료자는 답을 알려 주는 대신 질문을 던집니다. 질문에 답하면서 스스로 자기 가정을 시험해 보게 하는 이 방식을 '소크라테스식 질문'이라고 합니다. 단계별 활동지를 따라 그 생각을 뒷받침하는 사실이 무엇인지 살피고,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생각을 새로 만들어 냅니다.
이 치료가 노리는 마지막 목표는 환자가 스스로 자기 치료자가 되는 것입니다. 치료가 끝난 뒤에도 혼자서 같은 순서로 생각을 따져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뇌손상이 있어도 효과가 있을까요?
머리를 다친 사람은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있어서 대화와 글쓰기가 중심인 치료를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됩니다. 연구 결과는 대체로 "효과가 있다"는 쪽이지만, 치료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났습니다.
| 연구 대상 | 결과 |
|---|---|
| 미국 재향군인 41명(뇌손상 있음 19명, 없음 22명)의 진료 기록을 돌아본 분석 | PTSD와 우울 증상이 줄어든 폭에 두 집단 차이가 없음 |
| 경도~중등도 뇌손상 병력과 지금 인지 문제가 있는 재향군인 100명, 12주 무작위 시험 | 표준 치료와 인지훈련 결합 치료 모두 PTSD와 뇌진탕 뒤 증상이 의미 있게 줄고 삶의 질도 높아짐 |
| 현역 군인 268명(57.1%가 파병 중 머리 부상 병력), 집단 133명·개인 135명 12회기 | 머리 부상과 지금 증상이 함께 있으면 개인 치료만 크게 좋아지고 집단 치료는 뚜렷한 개선이 없음 |
세 번째 연구를 조금 더 보면, 머리 부상이 없는 군인은 집단이든 개인이든 PTSD 증상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런데 머리 부상 병력에 지금도 증상이 남아 있는 군인은 개인 치료에서만 크게 나아졌습니다. 이들에게는 개인 치료가 집단 치료보다 확실히 나았고, 우울 증상은 방식이나 부상 여부와 상관없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뇌손상이 있는 사람에게 뇌손상이 없는 사람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개인 치료로 받을 때입니다. 참고로 이 연구들은 대부분 미국 재향군인과 군인, 그리고 경도~중등도 뇌손상을 겪은 사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첫 번째 연구를 보면 뇌손상이 있다는 이유로 외상에 초점을 둔 PTSD 치료를 피할 까닭은 없습니다. 다만 같은 연구에서는 지속노출치료를 마친 사람이 인지처리치료를 마친 사람보다 증상이 더 많이 줄었고, 이는 뇌손상 여부와 상관없었습니다. 인지처리치료가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기억력이 떨어졌다면 어떤 방식이 맞을까요?
표준 인지처리치료는 뇌손상 뒤 흔한 기억·주의·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고려해 만든 치료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 빈틈을 메우는 변형 방식이 따로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SMART-CPT로, 인지처리치료에 보상적 인지훈련을 합친 방식입니다. 떨어진 기억력이나 주의력을 다른 방법으로 메우는 요령을 함께 연습합니다. 앞의 100명 연구에서는 두 방식 모두 PTSD 증상이 의미 있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주의력과 작업기억, 말로 배우고 기억하는 능력, 처음 보는 문제를 푸는 능력은 표준 방식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입원해서 받는 형태도 있습니다. PTSD와 뇌손상이 함께 있는 재향군인을 위한 거주형 프로그램에서는 인지 부분만 남긴 변형(CPT-C)을 썼고, 42명이 끝까지 마쳤습니다. 뇌손상 병력이 있는 사람의 PTSD에도 이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과입니다.
치료를 알아보는 단계라면 지금도 기억력이나 집중력 문제가 남아 있다는 점을 먼저 알리세요. 그다음 집단이 아닌 개인 치료로 받을 수 있는지, 인지훈련을 함께 하는 방식이 있는지를 물어보면 됩니다.
치료받는 동안 힘들지는 않을까요?
외상 이야기를 꺼내야 하니 괴로울까 봐 망설이는 분이 많습니다. 실제로 겪는 불편은 외상에 대해 말하거나 쓸 때 드는 가벼운~중간 정도의 불편감이고, 대개 잠깐 지나갑니다. 사건을 자세히 적는 단계는 앞에서처럼 선택이라 이 부담을 줄이고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몇 회기 만에 나아지는 사람도 있고, 치료가 끝난 뒤에도 효과가 오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손상이 있다면 개인 치료부터 물어보세요
인지처리치료는 '내 탓'과 '세상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사실과 맞춰 보며 바꾸는 12회기 안팎의 대화 치료입니다. 미국 군인·재향군인 연구에서 경도~중등도 뇌손상이 있는 사람에게도 효과가 나왔기 때문에, 사고 뒤 자책이 떠나지 않는 분이라면 고려해 볼 만합니다. 지금도 기억력·집중력 문제가 남아 있다면 집단보다 개인 치료, 가능하면 인지훈련을 함께 하는 방식을 먼저 알아보는 편이 낫습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니, 본인에게 맞는 치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재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정하세요.
출처
- Cognitive Processing Therapy for PTSD, 미국 보훈부 국립 PTSD 센터
- Cognitive Processing Therapy 소개, 국제외상스트레스학회(ISTSS)
- ClinicalTrials.gov NCT01928732 연구 프로토콜
- Ragsdale·Voss Horrell, Journal of Traumatic Stress (2016), PubMed 27681034
- Jak 등, 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 Psychiatry (2019), PubMed 30554135
- SMART-CPT 연구 개요, 미 국방부 Blast Injury Research Program (2017 회계연도)
- Wachen 등, Journal of Traumatic Stress 35(6) (2022), UT Health San Antonio 연구자 데이터베이스
- Chard 등, Journal of Traumatic Stress (2011), PubMed 216265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