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은 17세기에 네덜란드 이주민이 지금의 뉴욕에 가져온 튀김과자 '올리쿡'에서 시작했습니다. 가운데 구멍은 두툼한 반죽 속이 안 익는 문제를 풀려다 생긴 것으로 봅니다. 어린 선원이 후추통으로 처음 뚫었다는 유명한 이야기는 본인 회고일 뿐, 당시 기록은 없습니다. 그 뒤 1920년대 자동 도넛 기계가 도넛을 미국 국민 간식으로 만든 셈입니다.
도넛은 어디서 왔을까요?
도넛의 조상으로 가장 널리 꼽히는 음식은 네덜란드의 올리쿡입니다. 이름 그대로 '기름 케이크'인데, 달게 반죽한 밀가루 덩어리를 돼지기름에 튀긴 것입니다. 17세기에 네덜란드 사람들이 지금의 뉴욕인 뉴암스테르담에 자리 잡으면서 이 과자도 함께 건너왔습니다.
1673년에는 뉴암스테르담의 안나 조랄레몬이라는 여성이 자기 가게에서 올리쿡을 팔았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다만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기는 음식은 유럽 곳곳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리쿡은 '유일한 조상'이라기보다 '미국 도넛과 가장 가까운 조상'으로 보면 됩니다.
'도넛'이라는 이름은 언제 생겼을까요?
이름이 글로 남은 가장 이른 기록은 1809년입니다. 작가 워싱턴 어빙이 뉴욕을 풍자한 책에서 돼지기름에 튀긴 달콤한 반죽 덩어리를 "도우넛 또는 올리쿡"이라 부른다고 적었습니다. 이때 도넛은 아직 구멍 없는 공 모양이었습니다.
이름에 얽힌 전설도 하나 있습니다. 뉴잉글랜드 선장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그레고리가 아들이 배로 실어 온 육두구와 계피에 레몬 껍질을 더해 튀김 반죽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반죽(dough)에 육두구(nutmeg)를 넣었다 해서 '도우넛'이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아들 핸슨 그레고리가 1831년생이라 어머니가 부엌에 섰을 시기는 19세기 중반입니다. 1809년에 이미 '도우넛'이라는 말이 책에 나왔으니 시기가 맞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설명할 때는 "이름은 그레고리 가족보다 먼저 있었다"고 하면 정확합니다.
가운데 구멍은 누가 뚫었을까요?
가장 유명한 주인공은 선원 핸슨 그레고리입니다. 85세가 된 그레고리는 1916년 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1847년 열여섯 살 때 배 위에서 처음으로 고리 모양 도넛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때 튀김과자는 "속이 전부 생반죽"이었고, 꼬아 만든 것은 꺾인 자리에 기름을 다 빨아들여 소화에 나빴다는 것이 그의 기억입니다. 그래서 배에 있던 양철 후추통 뚜껑을 벗겨 반죽 가운데를 찍어 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기록입니다. 그레고리와 도넛을 연결한 가장 이른 신문 기록이 바로 이 1916년 인터뷰라서, 그가 말한 1847년과는 약 70년 차이가 납니다. 그 사이를 메워 주는 다른 기록이 없어서 역사가들은 이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확신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1947년 메인주에는 그를 '도넛 구멍 발명자'로 기리는 청동 명판이 세워졌습니다. 아이에게는 "할아버지가 된 선원이 들려준 옛날이야기"라고 소개하는 편이 맞습니다.
구멍을 뚫으면 왜 잘 익을까요?
구멍이 생긴 이유로는 세 가지 설이 전해집니다. 반죽이 덜 들어서 아꼈다는 설과 흔들리는 배에서 손에 쥐기 좋았다는 설이 있습니다. 마지막은 가장자리는 딱딱하게 익는데 속은 질척해서 그랬다는 설인데, 음식사가 마이클 크론들도 속까지 익기 전에 타 버리는 문제를 풀려고 구멍이 생겼을 것이라고 봅니다.
설탕이 많고 베이킹파우더 같은 팽창제를 넣은 반죽은 겉이 먼저 타 버려서, 속까지 익기 전에 기름에서 꺼내야 합니다. 가운데를 비우면 두꺼운 부분이 아예 사라지니 겉과 속이 같이 익습니다. 구멍은 멋을 내려는 장식이 아니라 "안 익는 가운데를 없애 버린" 해결책인 셈입니다.

도넛 걸스는 누구였을까요?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7년, 프랑스 전선에서 구세군 봉사자 마가렛 셸던과 헬렌 퍼비언스가 미군 병사들에게 도넛을 만들어 주자는 생각을 냈습니다. 구세군은 전쟁 동안 약 250명의 자원봉사자를 프랑스에 보냈습니다. 그중 도넛을 나눠 준 여성들은 '도넛 래시' 또는 '도넛 걸스'라고 불렸는데, 군인이 아닌 사람 중 전선에 들어갈 수 있었던 여성은 이들뿐이었습니다.
조리 환경은 전쟁터 그대로였습니다. 병사의 철모에 기름을 부어 도넛을 튀기는 일이 많았습니다. 셸던은 바쁜 어느 날 "오늘 파이 22개, 도넛 300개, 커피 700잔을 만들었다"고 적었습니다. 나중에는 하루 2,500~9,000개까지 만들 정도였고, 전쟁 동안 100만 개 넘는 도넛을 나눠 줬다는 것이 퍼비언스의 말입니다.

이 기억은 지금도 이어집니다. 1938년 시카고 구세군이 1차 대전 래시들을 기리는 '전국 도넛의 날'을 만들었습니다. 대공황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모금을 겸한 날이었고, 지금도 매년 6월 첫째 금요일에 지킵니다.
자동 기계는 어떻게 국민 간식을 만들었을까요?
전환점은 기계입니다. 1920년 러시아 출신 이민자 제빵사 아돌프 레빗이 엔지니어와 함께 자동 도넛 기계 시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기계를 뉴욕 할렘의 자기 가게 창가에 설치하고, 다른 제빵사에게도 팔았습니다. 흔히 '최초의 자동 도넛 기계'라고 하지만 그 무렵과 그 전에도 도넛 기계는 여럿 팔리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1920년대 도넛 생산의 기계화는 도넛이 대중 식품이 된 가장 중요한 단계로 꼽힙니다. 이 기계가 없었다면 도넛 열풍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따릅니다.
기계는 구경거리이기도 했습니다. 빵집과 간이식당은 지나가는 사람을 끌어들이려고 창가에 기계를 두고 도넛이 튀겨져 나오는 모습을 보여 준 것입니다. 1930년대에는 커피에 도넛을 적셔 먹는 '덩킹' 대회, 전국덩킹협회, 전국 도넛 주간 같은 판촉까지 벌어질 정도였습니다.
가게와 소비량도 빠르게 늘었습니다.
| 연도 | 무슨 일이 있었나 |
|---|---|
| 1931년 | 다우니플레이크 숍 전국 약 400곳(보스턴·동부 매사추세츠 36곳) |
| 1931년 | 레빗의 회사가 타임스스퀘어에 메이플라워 커피숍 1호점 개점 |
| 1932년 | 메이플라워 보스턴·시카고 진출, 1936년 15곳 |
| 1934년 | 시카고 세계박람회에서 '진보의 세기 최고 히트 식품'으로 개당 5센트에 판매 |
| 1945년 | 미국 도넛 소비량 72억 개 |
| 1949년 | 메이플라워 24곳, 플레인·설탕·시나몬 도넛 5센트, 프로스티드 10센트 |
레빗의 회사 도넛코퍼레이션오브아메리카는 2차 대전이 끝날 무렵 세계 최대 도넛 믹스·제빵 업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크리스피크림은 1937년, 던킨도너츠는 1950년에 창업했습니다.

전설과 기록, 어디까지 믿어도 될까요?
아이에게 들려줄 때 "진짜 있었던 일"과 "전해 오는 이야기"를 나눠 두면 좋습니다.
| 이야기 | 남아 있는 근거 |
|---|---|
| 17세기 네덜란드 올리쿡이 조상 | 1673년 판매 기록, 1809년 책 구절이 있음 |
| 엘리자베스 그레고리가 향신료를 넣어 '도우넛' 이름이 생김 | 전설. 1809년에 이미 이름이 있어 시기가 안 맞음 |
| 1847년 핸슨 그레고리가 후추통으로 구멍을 냄 | 1916년 본인 회고뿐, 당시 기록 없음 |
| 1917년 구세군 도넛 걸스 | 구세군과 의회도서관 기록으로 확인 |
| 1920년 레빗의 '최초' 자동 기계 | 기계와 판매는 사실, '최초'는 아님 |
결국 구멍은 '안 익는 속'을 없앤 흔적입니다
도넛은 네덜란드 튀김과자에서 출발해, 속이 안 익는 문제를 구멍으로 풀고, 전쟁터와 기계를 거쳐 미국 국민 간식이 됐습니다. 아이가 "왜 가운데가 비었어?"라고 물으면 "속까지 익히려고 두꺼운 가운데를 빼 버린 거야"라고 답해 주세요. 후추통 선원 이야기는 "그렇게 전해지는 이야기"로 덧붙이면 됩니다.
출처
- HISTORY, Who Invented the Doughnut? (2026-09-29)
- American Dialect Society 메일링리스트, 1916년 워싱턴포스트 그레고리 인터뷰 전사 (2003-05)
- HistoryNet, Who Invented the Donut? (2023-06-02)
- 미국 의회도서관 블로그, A Hole-some Treat (2015-06-05)
- 구세군 국제본부, USA celebrates Salvation Army service on National Donut Day (2011-06-23)
- Task & Purpose, National Donut Day Army history (2019-06-06)
- Allegra Lab, Mass-Produced Desire and the Machine-Made Doughnut (2014-09)
- Restaurant-ing through history, Time to sell the doughnuts (2014-09-04)
- 미국 인구조사국, The Dough in Doughnuts (2021-06-16)
- The Salvation Army "War Cry" magazine, 1918년 11월 9일 표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