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찰이 도넛을 먹는 이미지는 영화 속 농담이 아니라 실제 근무 환경에서 나왔습니다. 밤늦게까지 불을 켠 가게가 몇 안 되던 시절, 야간 근무 경찰은 순찰차를 세우고 싸게 배를 채우며 서류를 쓸 곳이 필요했습니다. 아침 장사를 준비하느라 새벽까지 문을 연 도넛 가게가 그 자리를 채운 것입니다.
경찰 도넛 클리셰는 언제 생겼을까요?
새벽에 문을 여는 도넛 가게는 1차 세계대전 뒤 대도시에서 먼저 나타났습니다. 미국 대부분 지역으로 퍼진 것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입니다. 크리스피크림은 1937년, 던킨도너츠는 1950년에 문을 열었고, 1950년대 말에는 두 체인이 프랜차이즈로 미국 상당 지역에 깔려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경찰의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20세기 중반 미국 경찰은 걸어서 돌던 순찰을 차로 도는 순찰로 바꿨습니다. 그러자 심야 근무자는 차를 세우고 커피와 당을 보충하며 서류를 쓸 장소가 필요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 밤에 문을 연 식당은 드물었습니다. 전 시애틀 경찰국장 놈 스탬퍼의 회고를 보면 1940~50년대 심야 근무 경찰의 선택지는 세 가지뿐이었습니다. 도시락을 싸 오거나, 순찰 구역에 밤새 여는 식당이 있기를 기도하거나, 도넛으로 배를 채우는 것입니다. 보통은 도넛이 이겼습니다.

왜 하필 도넛이었을까요?
스탬퍼는 도넛을 한마디로 "맛있고, 싸고, 편리했다"고 정리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야간 순찰이라는 일과 어떻게 맞아떨어졌는지 풀어 보면 이렇습니다.
- 싸다 — 경찰은 근무 중 공짜 선물을 받으면 안 되기 때문에 자기 돈으로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값이 중요했습니다.
- 바로 나온다 — 24시간 식당이 있어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도넛은 주문하자마자 손에 들립니다.
- 버리고 가도 된다 — 간식을 먹다 출동 호출이 오면 그냥 두고 떠나야 합니다. 싼 도넛은 죄책감 없이 버릴 수 있다는 것이 한 경찰관의 말이었습니다.
- 에너지가 빨리 돈다 — 설탕·탄수화물·지방이 긴 야간 순찰 중 빠르게 기운을 채워 줍니다.
여기에 가게 자체의 쓸모가 더해집니다. 도넛 가게는 아침 손님맞이를 준비하느라 밤늦게까지 열어 두는 몇 안 되는 가게였습니다. 경찰에게는 끼니를 때우고 서류를 쓰고 전화를 걸고 잠시 쉬는 장소가 된 것입니다. 도넛이 좋아서라기보다 그 시간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이 거기뿐이었던 셈입니다.
도넛 가게는 경찰을 어떻게 맞았을까요?
가게 쪽도 경찰이 반가웠습니다. 던킨도너츠 창업자 윌리엄 로젠버그는 자서전에 경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가게를 지켜 주는 경찰을 프랜차이즈가 환대하는 장소가 되길 바랐다는 내용입니다.
전 볼티모어 경찰 형사 딕 엘우드에게는 이런 기억이 있습니다. 이른 새벽 가게가 문을 연 직후, 생산 라인에서 갓 나온 도넛을 먹게 해 줬다는 것입니다. 밤새 순찰하던 경찰이 새벽 개점 직후 손님이 되는 풍경이었습니다.
공짜 도넛은 언제부터 문제가 됐을까요?
친해진 만큼 선 긋기도 필요했습니다. 1964년 경찰 전문지 『Police』는 경찰관에게 공짜 도넛과 커피를 받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특정 가게를 편애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도넛이 싸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는데, 자기 돈으로 사 먹을 수 있어야 공짜를 둘러싼 오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는 그 뒤로도 굳어졌습니다. 1996년 뉴욕타임스에는 경찰과 도넛만큼 음식과 밀접하게 동일시되는 직업은 없다는 글이 실렸습니다. 1960년대에 윤리 문제로 거론될 만큼 흔했던 풍경이 1990년대에는 아예 직업의 상징이 된 겁니다.
심슨 가족과 트윈 픽스가 굳힌 이미지
탄 커피를 마시며 글레이즈드 도넛을 먹는 뚱뚱한 경찰관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도넛의 역사를 다룬 책 『글레이즈드 아메리카』를 쓴 인류학자 폴 멀린스의 설명입니다. 새벽 도넛 가게와 야간 순찰이 만난 것은 20세기 중반이지만, 그것이 '농담'이 된 것은 한참 뒤라는 뜻입니다.
그 농담을 굳힌 것은 대중문화입니다. 『심슨 가족』의 위검 서장, 『트윈 픽스』의 보안관실처럼 도넛을 끼고 사는 경찰 캐릭터가 반복되면서 이미지가 고정됐습니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 때 구세군 자원봉사자가 프랑스의 미군 병사에게 도넛을 나눠 주던 전통도 있습니다. 이 전통이 경찰 도넛 이미지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참고로 도넛 자체는 네덜란드계 튀김과자 올리쿡에서 시작했습니다. 올리쿡은 18세기 초 뉴욕 등에 등장했고, 19세기 중반에는 지금과 같은 모습의 미국 음식이 됐습니다. 1920년대부터는 기계로 대량생산됐습니다.
한국 경찰은 밤에 무엇을 먹을까요?
한국 경찰의 야간 근무 사례를 하나 보겠습니다. 대구 성서경찰서 신당지구대의 야간 근무를 예로 들면, 순찰차는 2인 1조로 2시간씩 순찰한 뒤 교대로 지구대 안에서 일합니다. 야식은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에 먹는 컵라면이었습니다. 컵라면을 먹고 나서야 추위에 떤 몸이 조금 누그러졌습니다.
도넛은 농담이 아니라 근무 환경의 흔적입니다
경찰과 도넛의 결합은 밤늦게까지 여는 가게가 몇 안 되던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생겼습니다. 차로 순찰하던 경찰이 싸고 빠른 끼니를 찾다 굳어진 습관인 셈입니다. 영화에서 경찰이 도넛 상자를 들고 있는 장면을 보면 그 뒤의 사람들을 떠올리면 됩니다. 새벽까지 불을 켜 둔 가게, 그리고 호출 한 통에 먹던 것을 두고 뛰어나가던 경찰이 거기 있었습니다.
출처
- How Doughnut-Loving Cops Became a Stereotype (2015-09-24)
- The Origins and History of the Cops-Love-Doughnuts Cliché, Atlas Obscura/Slate (2015-10-19)
- Why Are Cops Associated With Doughnuts?, TIME (2017-06-02)
- Where Does the Stereotype About Cops and Doughnuts Come From?, Mental Floss (2015-09-29)
- Glazed America: Anthropologist Examines Doughnut as Symbol of Consumer Culture, Newswise/IUPUI (2008-07-21)
- Memorial Resolution: Paul Mullins, IU Indianapolis Faculty Council (2023)
- 잠들지 않는 12시간, 매일신문 (2018-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