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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값 왜 이렇게 올랐나, 밀가루·설탕·달걀·코코아가 차례로 뛴 이유

2022년 전쟁으로 밀가루·식용유가, 조류인플루엔자로 달걀이, 2023년 엘니뇨로 설탕이, 2024년 서아프리카 흉작으로 코코아가 차례로 올랐습니다. 국제 시세는 고점보다 내렸지만 한국 빵값은 2025년에도 6%대로 오르는 중입니다.

머니쌤알려줌 편집팀

· 13분 분량

2026년 10월 28일 기준

빵과 도넛 뒤로 놓인 밀가루 포대, 식용유, 설탕, 달걀, 코코아콩과 오르는 선

빵·도넛·과자 값이 계속 오른 건 재료 하나가 아니라 다섯 가지 재료가 한 해씩 번갈아 뛰었기 때문입니다. 전쟁으로 밀가루와 식용유가 오르더니 조류인플루엔자로 달걀이 뛰었습니다. 그다음엔 엘니뇨로 설탕이, 서아프리카 흉작으로 코코아가 차례로 올랐습니다. 국제 시세가 고점에서 꽤 내려온 뒤에도 한국 빵값은 2025년까지 계속 올랐습니다. 왜 내려가지 않는지는 재료값이 아니라 빵집 원가 구조를 봐야 답이 나옵니다.

밀가루 가격은 2022년 전쟁으로 얼마나 올랐나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세계 식량 가격이 한 달 만에 뛰었습니다. 세계 식량 가격 흐름을 한 숫자로 보여 주는 지표가 FAO 세계식량가격지수인데, 이 지수는 그해 3월 평균 159.3포인트로 전달보다 12.6% 올랐습니다. 1990년에 집계를 시작한 뒤 가장 높은 값이었습니다. 빵 재료만 떼어 보면 곡물지수가 한 달 새 17.1%, 식물성기름지수는 23.2% 올랐고, 식물성기름지수는 그 자체로 사상 최고치였습니다.

두 나라가 하필 빵 재료의 큰손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쟁 직전 기준으로 두 나라는 세계 해바라기유 수출의 약 4분의 3, 밀 수출의 약 27%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세계 1위 해바라기유 수출국입니다. 밀밭과 해바라기밭이 전쟁터가 되자 밀가루와 튀김 기름 값이 같이 오른 셈입니다.

2022년 밀가루·식용유, 2022년 달걀, 2023년 설탕, 2024년 코코아, 2026년 시세 하락 순서
제빵 재료가 차례로 오른 순서

공장이 사 가는 도매 단계 물가로 보면 체감이 더 분명합니다. 미국 밀가루·믹스·반죽 생산자물가는 2020년 5월에서 2022년 5월 사이 40.1% 올랐습니다. 2년 만에 밀가루 원가가 1.4배가 된 셈입니다.

한국도 같은 해 가을에 고스란히 겪었습니다. 2022년 11월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9.4% 올랐는데, 같은 달 기준으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폭이었습니다. 품목별로는 아래처럼 식용유와 밀가루가 가장 많이 뛰었습니다.

품목 2022년 11월, 1년 전 대비
식용유 +43.3%
밀가루 +36.1%
빵 +15.8%
설탕 +13.2%
가공식품 전체 +9.4%

2022년 연말 마트에서 식용유와 밀가루 값이 눈에 띄게 올랐다고 느꼈다면 그 체감은 숫자 그대로였습니다.

달걀값은 왜 따로 뛰었나요?

달걀은 전쟁과 상관없이 전염병 때문에 올랐습니다. 2022년 미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퍼지면서 알 낳는 닭이 4,300만 마리 넘게 사라졌습니다. 2월부터 6월 사이에 3,070만 마리가 줄었고 9월부터 12월 사이에 다시 1,260만 마리가 줄었습니다. 닭이 줄면 달걀이 줄고, 달걀이 줄면 값이 오릅니다.

그 결과 미국 달걀 생산자물가는 2021년 12월에서 2022년 12월 사이 248.1% 올랐습니다. 1년 만에 3.5배가 된 셈이고, 2022년 크리스마스 직전 주 도매가격은 연초보다 267% 높았습니다. 빵 반죽과 도넛에 달걀이 들어가니 제빵 원가에 그대로 얹힌 것입니다.

달걀은 다른 재료와 달리 한 번 내렸다가 다시 올랐습니다. 2023년 12월에는 생산자물가가 275 선으로 급락했습니다. 그런데 조류인플루엔자가 다시 퍼지자 2024년 12월 645, 2025년 3월에는 943까지 치솟았습니다. 밀가루처럼 서서히 움직이는 재료가 아니라 전염병이 돌 때마다 요동치는 재료인 셈입니다.

설탕은 2023년 엘니뇨로 얼마나 올랐나요?

설탕은 2022년에도 올랐지만 이유가 달랐습니다. 2022년 3월 FAO 설탕가격지수가 전달보다 6.7% 오른 건 원유 가격 때문이었습니다. 사탕수수는 설탕 대신 자동차 연료인 에탄올로도 만들 수 있어서, 기름값이 오르면 설탕으로 갈 사탕수수가 줄어듭니다.

본격적으로 뛴 건 2023년입니다. 적도 태평양 바닷물이 평소보다 따뜻해지는 엘니뇨가 오면 태국과 인도의 사탕수수 생산이 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2023년 9월에는 두 나라 생산이 줄 것이라는 전망에 설탕지수가 한 달 새 9.8% 올랐는데, 201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나마 브라질에서 날씨가 좋아 수확이 많았던 덕에 오름폭이 더 커지지는 않았습니다.

2023년은 다른 재료가 다 내린 해라서 설탕이 더 도드라졌습니다. 그해 FAO 식량가격지수 연평균은 2022년보다 13.7% 낮았는데, 하위 지수 가운데 설탕만 연간 기준으로 올랐습니다. 12월에 한 달 만에 16.6% 급락했는데도 1년 전보다는 14.9%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도넛 회사도 설탕값 부담을 언급했습니다. 크리스피크림 최고재무책임자는 2024년 2월 실적 발표에서 설탕 시세가 10년 만의 최고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설탕 같은 품목은 원가가 20% 넘게 오를 것으로 보되, 밀과 식용유는 내릴 수 있다고 내다본 것입니다. 밀가루가 내려가는 자리를 설탕이 메운 해였던 셈입니다.

코코아는 왜 2024년에 사상 최고가를 찍었나요?

초콜릿 도넛과 과자가 유독 비싸진 건 2024년 코코아 때문입니다. 세계 코코아의 대부분을 키우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 2023/24 시즌 작황이 실패했습니다. 2024년에도 나쁜 날씨가 이어지면서 공급 부족 걱정이 커졌습니다.

코트디부아르 농장 나무에 달린 코코아 열매
코트디부아르 코코아 농장 · 출처: Hanay (Wikimedia Commons), own work

뉴욕 코코아 선물은 2024년 12월 17일 톤당 11,938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연초보다 180% 넘게 오른 값이었고, 다음 날 장중에는 12,931달러까지 닿았습니다. 1년 만에 거의 세 배가 된 셈입니다.

그런데 코코아는 내려올 때도 가장 가팔랐습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 수확이 회복되고 비싼 값에 수요가 줄었습니다. 그 결과 2026년 4월 21일 7월물은 톤당 3,308달러에 마감해 1년 전 8,701달러보다 61.98% 떨어졌습니다. 다만 초콜릿 제품 값은 거의 안 내렸는데, 제조사들이 미리 정한 값으로 코코아를 사 두는 선물 계약을 맺어 둔 데다 관세와 환율 부담까지 겹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세 하락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 속도가 느립니다. 코코아 시세 뉴스를 봤다고 초콜릿 도넛 값이 곧 내릴 거라 기대하기는 이릅니다.

지금 국제 재료 시세는 내렸나요?

고점과 비교하면 내렸고, 1년 전과 비교하면 다시 오르는 중입니다. 2026년 9월 FAO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6.0포인트로 2022년 3월 고점보다 15.1% 낮지만, 1년 전보다는 5.8% 높습니다. 두 달 연속 내렸던 6월(130.3포인트)보다도 올라온 상태입니다.

지표 고점 가장 최근 값
FAO 세계식량가격지수 2022년 3월 159.3 2026년 9월 136.0 (고점보다 15.1% 낮음)
미국 밀가루·믹스 생산자물가 2022년 12월 275.9 2026년 9월 269.4 (2020년 5월보다 약 38% 높음)
뉴욕 코코아 선물 2024년 12월 11,938달러/톤 2026년 4월 3,308달러/톤
FAO 설탕가격지수 — 2026년 9월 114.0 (2025년 4월 이후 최고)

재료별로 보면 방향이 제각각입니다. 곡물지수는 2026년 9월 122.8포인트로 한 달 새 5.1% 올랐고, 밀 가격은 2023년 8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식물성기름지수는 198.6포인트인데, 이번엔 해바라기유가 아니라 팜유가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설탕지수는 3개월 연속 올라 114.0포인트로, 유럽 사탕무와 태국 생산이 줄고 인도·브라질 날씨 걱정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미국 밀가루 도매물가 흐름이 가장 솔직한 답입니다.

  • 2022년 12월 275.9까지 오름 (고점)
  • 2024년 12월 260.0까지 내림
  • 2026년 9월 269.4로 되오름

2020년 5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38% 높습니다. "전쟁 전으로 돌아갔다"가 아니라 "고점에서 조금 내려온 높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한국 밀가루·빵 물가는 어떻게 움직였나요?

한국 밀가루값은 국제 시세가 고점을 지난 뒤에도 한동안 더 올랐습니다. 2022년 11월 36.1% 올랐던 밀가루 소비자물가는 2023년 9월에는 1년 전보다 45.5%까지 뛰었습니다. 2024년 9월에야 -3.8%로 내림세로 돌아섰고, 2023년 한국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는 138(2020년=100)로 프랑스 135, 미국 134, 일본 127보다 높았습니다.

이유는 재료를 거의 다 수입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제빵 원료는 밀가루 63.5%, 백설탕 9.7%, 계란 7.5%로 세 가지가 80%를 넘습니다. 그런데 밀가루의 국내산 비중은 0.2%이고 백설탕은 0%입니다. 국제 시세 변동이 그대로 국내 재료값에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5년을 묶어 보면 밀가루는 35.6%, 설탕은 47.6% 올랐습니다. 빵은 2025년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38.61로 1년 전보다 6.5% 올랐는데, 같은 달 전체 물가 상승률 1.7%의 약 3배였습니다. 2025년 3월부터 6개월 연속 6%대 상승이기도 했습니다. 밀가루가 내림세로 돌아선 지 1년이 지났는데도 빵값은 계속 오른 겁니다.

재료값이 내렸는데 빵값은 왜 안 내리나요?

빵은 다른 가공식품보다 재료비 비중이 작아서입니다. 2022년 한국 빵 제조비용에서 원재료비는 50.1%로 식품제조업 평균 74.5%보다 훨씬 낮습니다. 대신 인건비가 28.7%로 식품제조업 평균 8.1%의 3배가 넘고,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인건비 비중만 12.1%포인트 올랐습니다. 재료값이 내려도 빵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그 절반 정도에 그치고, 그 사이 인건비 비중은 계속 커졌습니다.

프랜차이즈 빵집은 그 차이가 더 큽니다. 프랜차이즈 빵 원가는 아래처럼 나뉩니다.

  • 판매관리비 42.4%
  • 재료비 31.6%
  • 노무비 16.8%
  • 제조경비 9.4%

재료비보다 매장 운영과 마케팅에 드는 판매관리비가 더 큽니다. 밀가루 포대 값이 내려도 원가의 3분의 1에만 영향을 주니 가격표가 잘 안 움직이는 겁니다.

도넛 회사의 대응을 보면 이 압박이 드러납니다. 크리스피크림은 2021년 4분기에 두 차례 가격을 올려 전 세계 판매가가 한 자릿수 후반 퍼센트 올랐습니다. 2022년 4월에는 물가 상승에 맞서 "오리지널 글레이즈드 한 더즌을 휘발유 1갤런 값에" 파는 판촉까지 했습니다.

결국 빵값은 재료값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2022년 밀가루·식용유와 달걀, 2023년 설탕, 2024년 코코아가 차례로 뛰었습니다. 빵집은 한 재료가 내릴 때마다 다른 재료가 오르는 4년을 보낸 셈입니다. 지금 국제 시세는 고점보다 내렸지만 2020년보다는 높고, 한국 빵 제조비용의 절반 가까이는 애초에 재료가 아니라 인건비 같은 다른 비용입니다.

"밀가루 내렸다는데 빵값은 언제 내리나" 싶다면 재료 시세만 볼 일이 아닙니다. 2026년 설탕·밀 시세가 다시 오르고 있다는 점과 인건비 흐름을 같이 보는 편이 맞습니다. 초콜릿 제품은 코코아가 60% 넘게 내렸어도 미리 맺은 구매 계약이 끝나야 가격에 반영됩니다. 당장 내리기를 기다리기보다는 할인 행사 시점을 노리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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